'K3리그에 고함.' 시흥시민축구단의 축구 전도사 키케 리네로 감독의 메시지를 전하다.



  고대 로마의 정치가였던 '키케로'는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아주 솔직하게 진솔한 충고를 하라.' 이 말에서는 과거 무명 변호사에서 고대 로마의 국부에 이르기까지 키케로가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민중들을 대하였는지 드러난다.

솔직하고 진솔한 충고는 조언을 구하고자 하는 이에게 큰 도움이 된다. 간혹 가혹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그러한 조언은 성장의 밑거름이 되기도 한다. 지난 1992년부터 2012년까지 스페인의 '아틀레틱 빌바오' 에서 유망주 양성에 힘을 썼고, 이후 FC 서울의 2군과 유스팀을 총 감독을 맡으며 한국과 인연을 맺은 시흥시민축구단 (이하 '시흥') 의 '키케 리네로' 감독을 만나보았다. 인터뷰는 지난 5일 노원 마들 스타디움에서 열린 서울 유나이티드 FC (이하 '서유')와 시흥 간의 K3리그 5라운드 경기 종료 직후에 진행되었다. 시흥의 통역 직원의 도움으로 권오탁 명예기자가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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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좌측부터 반시계 방향으로 시흥의 통역직원분, 서유의 권오탁 명예기자, 키케 리네로 감독 순>




육성에 앞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유망주에 대한 믿음. 한국의 군 복무 사정은 너무 아쉬워......



만나서 반갑습니다 리네로 감독님. 저는 서울 유나이티드 FC의 명예기자 권오탁입니다.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반갑습니다. 시흥시민축구단의 감독 키케 리네로입니다.

작년 연말 시흥이 창설된다는 것만으로도 놀라운 뉴스거리였는데, 감독으로 리네로 감독님이 부임한다는 소식을
듣고 K3리그 관계자 및 팬들이 모두 놀랐습니다. 그 당시 정황이 궁금합니다.

갑작스럽게 FC 서울 유스팀인 오산고등학교 총감독을 그만두게 되었는데 쉽게 생각하고 내린 결정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스페인으로 돌아가기에는 다소 아쉬운 점이 많았습니다. 한국에는 좋은 선수들이 정말 많았고 조금만 다듬으면
크게 될 선수들이 많이 눈에 띄었거든요. 때마침 시흥에서 제의가 왔고, 구단의 철학이나 비전 등을 듣고나서 저와 잘 맞는 
팀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시흥의 초대 감독으로 부임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2012년부터 감독님의 입국이 많은 화제를 낳았었습니다. 지금 스페인에서 국가대표에 근접하거나 이미 
국가대표팀 소속인 선수들을 양성해내신 걸로 유명하셨기 때문입니다. 하비 마르티네즈 (現 바이에른 뮌헨), 
안데르 에레라 (現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안데르 이투라스페, 이케르 무니아인이나 아리스 아두리스 
(이상 現 아틀레틱 빌바오) 등이 감독님의 지도 하에 슈퍼스타가 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유망주 양성에 있어서 
어떤 철학이 있으셨나요?

아시다시피 아슬레틱 빌바오는 외지 선수들이 뛰기에 제한이 많은 팀입니다. 과거에는 바스크 출신이 아니면
팀에서 뛸 수가 없었고 현재에도 유스팀을 제외하면 선수 수급을 할 수 있는 경로가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유망주 양성이 팀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20년 넘게 선수들을 가르치면서 스스로 다짐했던
것은 바로 '믿음' 입니다. 어린 선수들을 믿어줘야 합니다. 단순히 못하더라도 계속 격려하면서 경기에 내보내는 것
뿐만 아니라 어린 선수들이 성인팀에 무사히 안착하기까지 계속해서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실제로
지금 아슬레틱 빌바오 출신 선수들 중 슈퍼스타가 된 이들 중에서도 처음에는 못했지만 계속해서 믿음을 주니
기대 이상으로 성장한 케이스도 많았습니다.

선수 양성에 있어서 '믿음'을 강조하신 것이군요. 답변 감사합니다. 하지만 스페인과 한국은 아직까지 유망주
양성에 있어서 그 환경이 많이 다릅니다. 단순히 스페인 식의 유망주 양성법을 그대로 한국에 접목시키시지는
않으셨을것이라고 생각이 드는데, 한국에서는 어떤 식으로 선수들을 지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한국에서 어린 선수들을 양성하면서 크게 아쉬웠던 점이 한가지 있었습니다. 바로 '군대' 입니다. 모든 선수들이
축구와 군 복무를 병행할 수는 없습니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군 복무로 인해 2년간의 공백을 갖습니다. 선수들은
10대에만 성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20대 중반까지도 성장이 계속되는데, 20대 초반에 2년간의 공백을
갖는 것이 너무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가능한 20대 초반의 시기가 끝나기 전까지 선수들의 기량을 향상시키기 위해
해당 연령대 선수들에게 유독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이케르 무니아인을 보세요. 만 16세에 아틀레틱 빌바오 성인팀에서
데뷔하여 아직도 맹활약 중이지 않습니까? 스페인은 이미 유스팀 선수들이 성인팀에 일찍 데뷔해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가 많습니다. 어린 선수들이 노련한 선수들을 이른 나이에 상대하면 더 강한 선수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한국은 그런 기회가 적다는 것이 아쉽습니다. 정신적으로는 '믿음'을 강조한 육성법을 시행하였으나, 기술적으로는
'팀 플레이' 와 '볼 점유' 를 강조하였습니다. 스페인에서도 그랬고 시흥에서도 마찬가지로 저는 훈련을 1시간 30분
이상 절대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모든 훈련에 있어서 공을 가지고 하는 훈련 위주로 시행하였고 강도 높은 훈련으로
선수들을 육성시켰습니다. 이때 공을 가지고 운동장에서 볼을 지켜내면서 전방으로 운반하는 것을 많이 강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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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의 통역 직원 분은 인터뷰 내내 세심한 통역을 해주셨다.>


난 리액션이 큰 사람이지만 선수들이 흥분한다 하더라도 같이 흥분 하지 않으려 노력해, 이번 경기 서유의 경기력은 스코어와 별개로 좋은 편이었다.

정신적인 육성법과 기술적인 육성법 모두를 강조하셨다고 보여집니다. 오늘 경기에서 인상 깊었던 점을 꼽아보자면
경기중에 선수들의 이름 하나하나를 육성으로 부르시면서 '빨리빨리', '길게' 등 한국어로 지시하시는 모습과, 
선수들이 득점했을 때 같이 좋아하시는 대신 선수들에게 계속 집중의 끈을 놓지 않도록 강조하시는 모습이 
인상깊었습니다. 이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제가 원래 리액션이 큰 편이긴 합니다 (웃음). 외국인 감독이라 하더라도 해당 국가의 기본적인 용어들로 선수들에게
지시를 내릴 줄 알아야합니다. 선수들이 스페인어를 배우는 것보단 내가 한국어를 배우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요?
또, 선수들이 득점했을 때 저도 그들만큼 기쁩니다. 하지만 선수들이 흥분해있다고 감독까지 흥분해있다면 팀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경기 내내 제 감정을 절제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오늘 경기 서유가 후반 초반에
골대를 2번이나 맞추면서 완전히 경기를 주도하였는데, 이때 제가 흥분했더라면 선수들이 경기를 풀어나가기
더 어려웠을 것입니다.

시흥은 이번 경기 승리로 K3리그 6위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3승 1무 1패 9득점 4실점). 창단 첫 해임을 감안하더라도
상당히 눈에 띄는 성적입니다 훈련 및 유망주 양성은 기존의 아슬레틱 빌바오, FC 서울 유스팀과 동일하게 진행하고
있으신건지 궁금합니다.

네. 훈련은 1시간 30분을 넘기지 않되, 대신 그 훈련 시간 동안 공을 다루는 훈련과 팀 플레이 위주의 훈련을 진행합니다.
훈련 강도는 제가 유망주 육성을 시작한 이래로 한번도 약하게 한 적이 없습니다. 훈련 시간이 굳이 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정해진 훈련 시간 동안 집중력 있게 기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1시간 30분이 가장 적당하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선수들이 잘 따라와줘서 고맙습니다.

마지막으로, 비단 서유나 시흥 팬들뿐만 아니라 K3리그의 팬들이나 관계자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리겠습니다.

매번 구장이나 팀에 상관없이 상당수의 팬들이 찾아와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걸 다시 강조하고
싶네요. 선수들을 믿어주세요. 팬들이든 코칭스태프들이든 선수들을 믿어주고 그들이 자신의 기량을 제대로 발휘할 때
까지 기다려주세요. 지금 작고 허약한 선수라도 몇년 후에는 괜찮은 선수로 성장해있을 수 있습니다. 저는 '믿음'
이라는 이 단어가 수백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에는 좋은 선수들이 정말 많습니다. 그들에게
믿음을 계속 주세요. 이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고맙습니다.

이상으로 인터뷰를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시흥 뿐만 아니라 서유의 건승도 기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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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종료 직후의 촬영 사진. 좌측부터 백현철 서유 명예기자, 키케 리네로 시흥 감독, 권오탁 서유 명예기자. 왜 눈을 감고 있는지는 묻지 않기로 한다.>

푸른 눈을 가진 키케 리네로 감독은 이방인이라기에는 한국 축구의 사정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대부분의 유망주들이
지도자들의 조급증으로 인해 기회를 못 받고 사라지거나, 군 복무로 인해 성장의 기회를 놓친다. 키케 리네로 감독은
단순히 유망주들의 포텐셜을 터뜨리는 방법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보이는 유망주 육성의 한계 또한 지적하였다.
'믿음', 유망주에 대한 믿음이 그들을 성장시킴을 강조하였다. 시흥은 이미 신생팀에도 불구하고 U-15 팀과 U-12팀을
운영 중이다. 시흥보다 먼저 생겨난 나머지 K3리그 선배 구단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들은 K3리그의 본질이
'성적', '실적' 등이 아닌 '육성' 임을 이미 알고 있었다.

인터뷰 및 기사 - 권오탁 명예기자
사진 - 백현철, 정찬민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