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jpg


손자병법(孫子兵法)의 모공(謀攻)편에는 <상대를 알고 자신을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지피지기백전불태(知彼知己百戰不殆)’라는 말이 있다.

  

지난 어린이날 노원마들스타디움에서 열린 '2016 K3리그' 5라운드 서울유나이티드(이하 서유)와 시흥시민축구단(이하 시흥)의 경기에 출전한 김대준은 누구보다 서유를 잘 알았다.

 

 

# 익숙한 유니폼과 경기장, 적으로 만나다

 

서유가 홈으로 쓰고 있는 노원마들스타디움은 시흥 김대준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장소였다. 2013년과 2014년 2년간 서유 산하 고등부 팀이었던 서유U-18에서 공수의 중추적인 역할을 했었다. 그는 지난 어린이날엔 홈 라커룸이 아닌 원정 라커룸으로 향했고, 그가 입은 유니폼 역시 더 이상은 흑백 스프라이트가 아니었다.

 

 

* K3리그 데뷔전 상대로 서유가 되었다. 2년간 고등부 팀에서 활약했던 팀을 적으로 만나게 되었다.

 

오랜만에 가는 곳이라 정말 설레었다. 고등학교 시절 2년간 홈으로 쓰던 경기장이라 다른 구장보다 편한 마음이 들었고, 경기 전부터 마음가짐을 다르게 먹었다. 우연히도 친정팀인 서유가 시흥에서의 K3리그 데뷔전 상대가 되어 의미가 남달랐다.

 

* 경기에서 왼쪽 측면 수비수로 경기에 나섰다. 그 포지션은 처음인 걸로 알고 있다.

 

서유U-18과 시흥에서도 보통 중앙 미드필더나 측면 미드필더로 경기에 많이 나섰다. 사실 왼쪽 측면 수비수로 활약한 건 한 달도 안 되었다. 아무래도 처음 접해보는 포지션이다 보니 에로 사항이 많았다. 팀 내 자체 경기와 훈련을 하며 실수를 하기도 했고, 개인적으론 자신감이 하락되기도 했었다.

 

이론적으로는 측면 수비수로서 어떻게 해야 할지 알았지만, 직접 뛰어보니 어려웠다. 그래서 훈련에 좀 더 집중하고 많이 물어보고 동영상을 접하면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다. 결과적으로 다양한 포지션을 볼 수 있는 건 긍정적이라 생각하지만, 결코 어느 포지션이던 쉬운 곳은 없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 처음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서유를 상대로 공수에서 굉장히 좋은 활약을 펼쳤다. 

 

서유와의 경기를 앞두고 처음 보는 포지션이지만 좀 더 집중을 하고 실수를 하지 말자는 마음으로 경기에 임했다. 경기 내내 서유의 공격에 많은 슈팅을 허용했지만, 운 좋게도 골대에 맞거나 골키퍼 선방에 전반을 실점없이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후반 초반에는 끝까지 집중한 덕에 좋은 수비를 할 수 있었던 거 같다. 경기 중에는 잘 몰랐지만 끝나고 되돌아보니 개인적으로 팀 승리에 보탬이 되는 좋은 모습을 보여줘서 뿌듯했다.

 3.jpg


 

* 서유의 핵심인 오성진과 이종한을 상대로 질식수비를 선보이기도 했다. 준비를 많이 한 모습이었다.

 

경기를 앞두고 개인적으로 서유의 영상을 많이 봤었다. 특히 오성진의 경우 청춘FC를 통해서도 많이 접했는데 직접 상대해보니 만만치 않았다. 이날 교체 투입된 이종한 역시 오성진과 함께 양쪽 측면에서 서로 위치를 수시로 바꾸며 우리 수비진을 괴롭히기도 했다.

 

두 선수 모두 발이 빠르며 드리블을 잘하고, 페인팅 동작을 잘 활용했다. 개인적으로 스피드에선 지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수비할 때 ‘기다리고 따라가자’라는 마음으로 최대한 막고자 노력했고, 결국 팀 승리로 이어지게 된 거 같아 기쁘다.

 

 

이날 김대준은 서유의 오른쪽 공격을 무력화시켰다. 특히 후반 3분, 서유의 맹공에 뚫린 중앙 수비를 커버하며 시도한 결정적인 슬라이딩 태클은 일품이었다. 만약 이 태클이 없었으면 서유의 이종한과 시흥의 박영조 골키퍼, 오직 둘 만이 남아있는 상황이 전개될 수 있었다.

 

또한 시흥의 결승골과 쐐기골의 시발점이기도 했다. 서유의 공격을 막고 곧장 공격 지역으로 날카로운 패스를 연결하며 골에 관여했다. 공수에서 맹활약한 김대준은 시흥을 승리로 이끌었다.

 

 

김대준_유기환.jpg

 

 

 

# 결코 헛되지 않은 도전과 경험

 

* 서유U-18에서 축구 명문으로 꼽히는 동아대학교로 진학했다.

 

축구 명문으로 꼽히는 동아대학교 진학을 위해 노력을 많이 했었다. 직접 체감해보니 고등학교와 대학교 리그는 힘과 스피드에서 많은 차이가 났다. 컴퓨터 게임에서 레벨 업을 위한 경험치를 쌓기 위해 시간이 필요하듯 그런 느낌이었다.

 

비록 내부적인 이유로 짧은 시간을 보냈지만, 대학교 생활도 하고 축구부로서 훈련도 받으면서 내겐 좋은 경험이었다.

 

* 동아대학교 축구부에서 나오고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하다.

 

동아대학교에서 나오고 한 달 가량은 오직 나만을 위한 시간을 보냈다. 혼자서 여행을 가기도 하고 친구도 만나고 책을 읽기도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땐 축구는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다. 오로지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고 난 뒤 다시 마음을 잡고 축구를 시작하게 되었다.

 

김경범 감독님의 배려로 고등학교 때 함께했던 서유U-18에서 훈련을 하기도 했고 따로 개인 레슨을 받기도 했었다. 그러던 중 10월 경 집 근처인 시흥의 창단 소식을 접했고 테스트를 통해 입단하게 되었다.

 

* 작년 겨울에는 김주영, 다리오 콘카, 아사모아 기안 등이 활약하는 중국 슈퍼리그의 상하이 상강에 테스트를 보기도 했었다. 직접 경험한 중국 프로 축구는 어땠는가.

 

지인의 소개로 중국 프로 축구팀인 상하이 상강에서 테스트를 제의받았다. 정확히 말하면 상하이 상강의 U-20팀에 테스트를 봤었다. 시흥의 끼께 리네로 감독님과 상의 후 테스트를 보게 되었는데 내게 ‘만일 진행이 잘 안되면 언제든 시흥으로 돌아오라’고 말씀해주시기도 했다.

 

직접 가보니 시설과 인프라가 정말 잘 구축되어 있었다. 선수단이 생활하는 숙소나 음식, 훈련 시설 등 구단의 지원이 정말 좋았다. 중국 프로축구 선수들이 어떤 환경에서 훈련을 받는 지 알 수 있는 경험이 되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보여줄 기회가 너무 적었다. 약 20분 정도 경기를 뛰었다. 끝나고 나니 컨디션이 좋아지고 있었지만, 더 이상의 기회는 없었고 결국 잘 되지 않았다. 이후 한국으로 돌아왔고 시흥으로 복귀하게 되었다.

 

김대준2_유기환.jpg

 

 

 

 

 

# 김대준의 사람 그리고 사랑

 

* 서유U-18때 했던 훈련이 굉장히 도움이 많이 되었다고 이야기를 들었다. 구체적으로 어떤 훈련이 본인에게 가장 큰 도움이 되었는지 알고 싶다.

 

사실 나도 그렇고 함께 운동했던 동료들 대부분 서유U-18 때 김경범 감독님과 임다한 코치님의 훈련 프로그램을 하면서 ‘과연 이게 어떤 도움이 될까?’라 의문점을 가지기도 했었다. 이후 대학교와 K3리그 등 성인 무대로 상위 리그를 경험하니 그때의 훈련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토대가 된 거 같다.

 

당시 김경범 감독님과 임다한 코치님은 축구에서 간단하지만 기본적인 것들을 가장 중시하며 훈련 프로그램에 접목시키셨다. 인사이드 패스를 비롯해 이동 컨트롤, 태클 등 세세한 부분을 하나하나 알려주시기도 했다.

 

특히 매 훈련마다 진행한 코디네이션 프로그램이 가장 큰 도움이 되었다. 요즘에서야 감독님과 코치님이 우리의 미래를 위해 구상하신 특별한 훈련 프로그램이란 걸 많이 느끼고 있다. 이 자리를 빌려 감사하다고 전해드리고 싶다.

 

* 지금의 ‘축구선수 김대준’을 만들어주신 아버지와 할머니께 드리고 싶은 말씀은 무엇인가.

 

어렸을 때 할머니께서 저를 키워주셨다. 어린 저를 키워주셨을 땐 건강하셨는데 요즘에는 많이 편찮으시다. 할머니 덕분에 잘 자란 것처럼 지금은 제가 할머니를 모셔야하는 건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다.

 

아버지께서는 제가 고등학생 때부터 시간이 허락되시는 한 경기를 보러 항상 오셨다. 일을 하시면서 집안일도 많이 해주시고 저를 위해 많은 것을 희생하시기도 하셨다.

 

지금의 제가 있게 된 건 아버지와 할머니의 극진한 사랑 덕분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쑥스럽지만 이 말은 꼭 해야겠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1.jpg


 

 

* 시흥의 김대준으로서의 목표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우선 서유와의 경기 때 풀타임으로 활약하게 되어 기쁘다. 그동안 경기에 출전하지 못해 아쉬움이 많았지만, 그럴 때마다 내게 부족한 점을 찾으며 훈련에 매진하게 되었다. 시흥의 막내로서 형들과 함께 우리 팀이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사람마다 타이밍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기에 이번 서유와의 경기 때처럼 언제든지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끼께 리네로 감독님께 많은 것을 배우고자 노력하고 있다.

 

 

인터뷰의 끝으로 많은 고민을 했다. 아무도 모르는 사실이었지만, 더 이상 감출 이유가 없었다. 사실 김대준은 오른쪽 귀가 아예 들리지 않는 질병을 가지고 있다. 그가 어렸을 때부터 가지고 있던 질병이었다. 유년 시절에는 친구들의 놀림에 많은 상처를 받았었지만, 성인이 된 지금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웃으며 말했다.

 

 

“저는 단지 한 쪽만 안 들리는 걸요. 오히려 저보다 더 열악한 상황에 열심히 사시는 분들도 많아요. 남은 한 쪽 청력을 잘 관리해서 더 좋은 축구 선수로 발전하고 싶어요”

 

 

 

글 = 서울유나이티드 명예기자 정찬민 (sufcfan@naver.com)

사진 = 서울유나이티드 명예기자 유기환, 시흥시민축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