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러설 곳 없다” 4부 리그에 몰린 축구열정

서울 유나이티드 테스트 현장 가보니 

J리거 출신… 새터민… 외국인… 상위 리그 구단들 군살빼기 여파 
진로 좁아진 수준급 선수 대거 지원


68826543.1.jpg‘결코 뺏길 수 없어!’ 탈북 고교생 윤창주(가운데)가 29일 서울 효창운동장에서 열린 챌린저스리그 서울 유나이티드 신입 선수 공개 입단 테스트에서 다른 지원자들과 함께 치열하게 볼을 다투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29일 오전 서울 효창운동장. 경기 도중 상대와 심하게 부딪친 선수는 절뚝이며 뛰었다. 누가 봐도 심하게 다친 듯했다. 그라운드 밖으로 나오라고 여러 차례 신호를 보냈지만 그때마다 그 선수는 고개를 돌렸다. 수비수들은 상대 돌파를 허용할 듯싶으면 절박하게 옷을 붙잡고 늘어졌다. 모두가 필사적이었다. 발목을 채이고 꺾이고 머리끼리 부딪쳤다. 경기가 끝난 뒤에는 여기저기 탈진해 쓰러지는 선수들이 많았다.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1부)과 챌린지(2부), 내셔널리그(3부)에 이어 4부 리그 격인 챌린저스리그 소속 구단인 서울 유나이티드의 신입 선수 공개 입단 테스트 현장은 치열한 생존 경쟁으로 후끈 달아올랐다.

이날 입단 테스트에 참가한 54명은 대학 진학, 프로 입단 문턱에서 좌절하거나 실업팀 등에서 재계약에 실패한 선수들이었다. 떨어지면 더이상 갈 곳이 없는 선수들은 마지막 희망에 모든 것을 걸었다. 30분씩 치러진 경기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주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 

4부 리그는 직업선수로 뛸 수 있는 마지막 무대다. 연봉이라고 해봐야 교통비와 식비를 해결하기도 빠듯한 수준이다. 그러나 대부분 20대 초반인 지원자들은 축구를 도저히 포기할 수 없다는 마음으로 지원서를 냈다.

서울 유나이티드 원호인 단장은 “마치 국가대표 선발전 같은 열기를 뿜고 있다”며 “100명이 넘는 지원자 중에서 까다로운 서류 심사를 통해 테스트에 참가할 54명을 추렸다”고 말했다.


프로축구 구단들이 몸집 줄이기에 나서면서 선수들의 진로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8일 열린 프로축구 K리그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원자 526명 가운데 16%인 84명만이 K리그 클래식과 챌린지 구단에 지명됐다. 지난해의 23.1%(지원자 494명 중 114명 지명)에 훨씬 못 미친다. 

실업팀 사정도 여의치 않아 4부 팀에까지 지원자가 대거 몰리고 있다. 서울 유나이티드 최상국 감독은 “테스트에 참가한 선수들의 수준이 높아졌고, 축구에 대한 열정도 몇 년 전에 비해 훨씬 뜨거워졌다”고 말했다. 

테스트에 참가한 선수 중에서 가장 키가 작은 윤창주(19·167cm)는 함경북도 청진 출신 새터민이다. 북한 관모봉 축구팀 유소년팀에서 뛰다 2012년 1월 두만강을 건너 중국과 라오스, 태국을 거쳐 그해 3월 한국에 왔다. 그의 아버지는 현재 북한에서 고교 팀을 지도하고 있다. 한국에 온 뒤 고교 축구부에서 뛰던 윤창주는 지난해 발목을 다쳤다. 1년 6개월간 혼자 연습을 하면서 테스트를 받았다. 윤창주는 “꼭 프로 선수가 돼 아버지에게 자랑스러운 모습을 보여 주겠다”고 굳은 의지를 보였다. 

고정대(20)는 일본 J리그 세레소 오사카에서 활약했던 오른쪽 측면 수비수다. 아시안컵 국가대표 골키퍼인 김진현(27)과 한솥밥을 먹던 사이였다. 부상으로 2년간 1군에서 뛰지 못해 결국 재계약에 실패했다. 고정대는 “국내 팀에서 더 성장해 다시 해외로 진출할 기회를 얻고 싶다”고 했다. 

이날 테스트 현장에는 외국 선수들도 눈에 띄었다. 라이베리아 출신의 제임스 토(26)와 크리스티안 킹(21)은 한국 축구팀에서 뛰기 위해 머나먼 길을 달려 왔다. 제임스 토는 “한국에 미리 와 있는 아프리카 선수들로부터 서울 유나이티드의 테스트 소식을 듣고 직접 한국을 찾아왔다”며 “라이베리아 축구 영웅인 조지 웨아(전 AC밀란)의 꿈을 이루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테스트에 참가한 선수 중 10명 내외만이 최종 합격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파로 축구 취업문이 얼어붙고 있지만 그럴수록 선수들의 열망은 뜨거워지고 있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