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서울유나이티드 사무국

시민구단이란 과연 무엇인가? 지난 97년 대전시티즌의 탄생 이래 많은 축구관계자들과 언론에 오르내렸던 ‘시민구단’. 이 개념은 우리나라에서 대기업들에 의해 주도되는 형태의 구단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쓰여 왔다. 슈퍼리그라는 이름으로 출발했던 K리그는 이전의 실업축구와 질적으로 다른 면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시민구단이라는 개념이 생소했을 때는 기업구단이 아닌 경우, 정확히는 특정 기업명이 들어있지 않은 경우를 모두 포괄적으로 지칭했다. 한국에서 최초로 ‘시민구단’이라 지칭되었던 대전시티즌의 경우는 엄밀히 말하면 형식적으로는 시민구단이라고 할 수 는 없었고, 한국 최초의 컨소시엄 구단이었다고 하겠다. 그렇다면 시민구단이라는 개념은 왜 존재하고 어떻게 정의할 수 있는가? 기업주도형 구단의 어떤 점이 문제이길래 시민구단이 화두가 되고 있는가에 대해 알아보자.

기업주도형 구단은 오히려 재정적으로 취약하다

기업 주도형 구단의 가장 큰 문제는 아이러니컬하게도 재정문제에 의한 구단의 영속성 여부이다. 기업은 철저히 주주들에 의해 움직이는 이익집단이기 때문에 클럽 경영이 자신들에게 어떤 이익을 주는가에 민감하다. 그만큼 모기업의 경영상태가 악화되었을 때는 스포츠클럽이 정리 순위 1순위 대상이 된다. 최근 매각 방침을 밝혔던 부천SK의 경우가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소버린과 같은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축구클럽의 존재는 불필요한 것으로 보일 것이다. 부산대우 역시 매각의 길을 걸었던 예이다. 비단 재정 문제에 의한 매각이나 공중분해가 아니더라도 모기업의 이해관계에 따라 연고지 이전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이는 지역 팬들의 이해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것으로서 천안에서 성남으로 연고지를 옮긴 일화나 최근의 안양LG의 경우를 들 수 있다. 연고지 이전의 타당성 여부에는 연고 자치단체의 비협조와 같은 문제가 결부되어있긴 하지만, 그만큼 해당 클럽이 지역 사회와 유기적으로 묶여있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어쨌거나 재정적인 안정성을 최고의 장점으로 삼는 기업주도형 구단이 역설적으로 재정악화에 가장 취약한 모델이 된다. 일상적인 차입 경영에 익숙해진 (구단)경영진은 차입이 중단되었을 경우, 현실을 헤쳐 나갈 면역력이 없다. 더욱이 최근에 강화된 소액주주 권리 보호 등으로 인해 법인기업의 대표이사가 이사회를 설득해 단독으로 구단을 창단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지역과 밀착하기 힘든 특정 기업만의 구단은 지역사회에서의 행정적 지원을 받는 데에도 일정 부분 한계를 노정할 수밖에 없다. 경쟁관계에 있는 타 기업들에게서 공정성 문제를 제기당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는 지역 팬들과의 일정한 괴리감으로 귀결되고 클럽의 인기에 직간접적인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LG라는 이름을 떼고 ‘FC 서울’로 이름을 개칭한 경우도 이런 면에서의 고민의 결과라 할 것이다. 하지만 기업주도형 구단들은 경영상의 재정적 투명성을 확보하지 못한다는 또 하나의 문제점을 갖고 있기도 하다. 주식회사로서의 기본적인 업무인 주주에 대한 정보 공개에 있어서 폐쇄적인 것이다. 이는 각 클럽들의 경영상의 위기, 즉 대규모의 적자를 모기업에 대한 홍보예산 차원으로 치환하려 하는 시도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해당 구단이 경영상의 적자라는 구체적 자료를 제시할 경우, 구단의 매각 또는 해체 요구를 받을 수 있고 이를 모면하기 위해서는 모기업을 홍보한다고 하는 쓰임새를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기업 구단의 경우, 모호한 자사 홍보 논리를 증명하기 위해 무리한 홍보효과 산출을 제시하게 되고 경우에 따라 자금의 융통성을 위해 비자금 확보라는 무리수를 두게 된다. 모든 클럽이 다 그렇지는 않지만, 구단 내 재정운용의 투명성도 확보되어있지 않고 이적료 및 과도한 세금 관련 편법이 횡횡할 수밖에 없다. 운영비를 줄이게 되면 다음해 차입금이 축소되므로 차입경영에 익숙해있는 구단 프런트에서는 흑자 경영에 대해 매우 곤란한 입장에 처해 있기도 하다. 다행인지 역설적이게도 최근에는 각 기업들이 경기불안을 이유로 각 클럽의 자립 경영을 유도하기 위해 차입금 규모를 점차 축소하고 있다. 따라서 기업 구단일지라 해도 앞서 지적한 대로 재정적 안정감이 있다는 논리는 점점 퇴색해갈 것이다.

시민구단의 경우라면 ‘기업컨소시엄+시민주주(소액주주)+지자체의 결합 형태’이기 때문에 처음 자본 구성에는 어려움이 있지만, 애초부터 차입경영이 아닌 수익모델에 기초해서 사업계획을 짜기 때문에 오히려 건전한 플랜을 짤 수 있다. 모든 경영 계획과 성과는 구단 홈페이지 IR(Investor Relationship) 메뉴 및 기타 인쇄물에 의해 주주들에게 공개되기 때문에 투명하고 독립적인 경영의 틀을 만들어나갈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점이 축구를 사랑하는 투자자만이 아니라 철저히 이윤(배당, 주식가치 상승)을 목표로 하는 건전한 투자자들을 유치하는 데 기준이 될 것이다. 이러한 면에서는 투자자들을 보호한다는 전제하에서 새로운 투자를 유치하는 데 더 유리하므로 오히려 시민구단 형태가 더 건전하고 재정적으로 안정된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시민클럽은 상장회사처럼 지배 구조가 공개된 기업에 다름 아니다

이상에서와 같이 기업주도형 구단이 갖는 문제점은 상당하다. 그렇다면, 시민구단의 경우는 문제가 없는가? 도대체 시민구단의 정의는 무엇인가? 답을 하자면, 시민구단에도 많은 문제가 있다. 하지만, 시민구단(이하 ‘시민클럽’으로 통일함)이 본연의 정의를 잊지 않는다면 이러한 고민 역시 정상적인 기업 활동이 될 수 있다. 시민클럽이라 함은 ‘축구라는 컨텐츠를 중심으로 다양한 스포츠-문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재적 성격을 가진 영리법인’이기 때문이다. 시민클럽은 심지어 사회인프라적 역할을 담당하기도 한다. 도로 등 SOC와 체육시설 및 기타 서비스산업 등 연관 산업에의 파급효과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시민클럽은 상장회사처럼 지배 구조가 공개된 기업에 다름 아니다. 따라서 ‘시민클럽이기 때문에 가난하다’라는 이미지 또한 성립되지 않는다. 누가 한전을 보고 가난하다고 하겠는가? 중요한 것은 기업의 수익모델이다. 한 시민클럽의 수익모델이 타당한가, 성장잠재력은 어떠한가하는 점들이 그 클럽(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이 될 것이다. 시민클럽의 정의에 대해 짚고 넘어가자는 것은 시민클럽에 대한 오해와 비약이 심하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시민클럽은 기업이 아니다’라는 인식이다. 이 논리는 시민클럽이 가지는 사회적 책임과 공공성이라는 특징을 마치 본질인양 왜곡한 것이다. 시민클럽도 엄연히 영리법인이므로 수익성을 목표로 하는 기업이다. 제대로 된 사업계획이 없는 회사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주식공모를 한다는 것 자체가 불법적인 일이며, 해당 감독기관인 금융감독원이나 프로축구연맹의 관리 소홀이기도 하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그때그때의 분위기에 따라 이런 일이 자행된다. 불과 50쪽도 안되는 사업계획서에 타당성 검토는 있을 리 만무하고 단지 연맹 필수제출 문건이라 만들었을 뿐인 경우도 있다. 금융감독원도 관심사가 아니라는 듯 이 문제에 대해서는 깊은 접근을 하지 않고 있다. 스포츠서비스산업이라 일컬어지는 이 신생 업종이 낯설기 때문일 것이다. 기존에는 기업들이 자체 운동부를 운영하는 형태였으니 이런 상황이 이해못할 문제는 아니다. 불과 K리그에서 시민주를 공모한 팀은 단 둘이고, 그도 2002년 월드컵 이후의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엄연히 50인 이상의 불특정 다수에 대한 주식 공모는 금융감독원에 유가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하는 일이다. 유가증권신고서에는 사업계획서가 포함된다. 주식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서 해당 사업이 과연 타당성이 있는 지에 대해 평가를 내리기 위해서이다. 따라서 명확한 사업 수익모델이 없으면 이를 허가하지 말아야 할 책임이 있다. 전문경영인이 참여해서 명확한 수익모델을 제시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아직 우리에게는 이 문제가 명확하지 못하다. 창단한지 3년 만에 자본금을 다 까먹고, 또다시 기부와 같은 출자를 받고자 한다면 어느 투자자가 자금을 댈 것이며, 상처받은 연고 축구팬들(소액주주이기도 한)의 아픔은 누가 달래줄 것인가? ‘지역연고팀을 위해서 기부한다는 생각으로 주식을 사세요’라고 권하는 시민구단이라면 아예 창단하지 않는 게 더 나을 것이다. 시민클럽은 어디까지나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시민클럽에도 다양한 방법과 철학이 있다

스페인의 명문 FC 바르셀로나와 같은 경우는 거의 100% 시민주주의 지배구조를 갖고있는 걸로 유명하다. 지역 기업들의 참여도 제한된 틀 안에서 움직인다. 심지어는 연고지역인 ‘카탈루냐의 대표팀’이라는 의미에서 유니폼 스폰서조차 받지 않는다. 10만 명 규모의 홈구장 ‘누캄프’가 있고, 전 좌석은 시즌 완전 매진을 보장한다. 이렇게 대단한 클럽이 모든 시민구단의 이상적인 모델일까? 답은 아니다.

클럽의 지배구조나 운영 방식에 대한 평가는 정치적인 입장이나 기타 이유로 해서 상당히 다양한 견해가 있다. 그만큼 클럽의 형태도 다양하다는 것이다. FC 바르셀로나가 놀라운 팀이기는 하지만, 오직 그들만이 모델은 아니라는 뜻이다. 시민소유주의 연합체인 소시오(Socio)에 의해 운영되는 형태이긴 하지만, 형태만으로 도덕성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다. 소시오 역시 법인이고 그 안에서도 세력 다툼이나 부패가 발생하지 말라는 법은 없기 때문이다. FC 바르셀로나를 모델로 하고 있는 이웃 일본의 ‘요코하마 FC'도 시민소유주법인인 '소시오 풀리에스타(Socio Fuliesta)'가 경영권을 놓고 우편투표까지 가는 내분을 벌인 적이 있을 정도이다. 더욱이 요코하마 FC의 경우는 시민 소유권에 대한 집착 때문에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지 못하고 있으며, 페쇄적인 기업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발전의 가능성 자체가 제한된다. 시민주 만으로 팀을 만들어간다는 것은 애초에 상당히 불리할 수밖에 없고, 우리처럼 초기 시장인 경우에는 아예 불가능하기까지 하다.

잉글랜드의 몇몇 구단도 그런 경우가 있고, 축구 자체만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에 수익성 강화보다는 손익분기(Break-even)만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도 많다. 대표적인 명문인 '리버풀FC(Liverpool FC)'의 경우도 그런 색채가 짙다. 그런 의미에서 상장 자체를 원하지 않는 클럽도 있고, 심지어 일본 J리그의 경우에는 비영리법인인 재단법인 히라츠카시개발공사(平塚市開発公社) 및 히라츠카시를 포함한 322명의 주주로 구성된 ‘쇼난 벨마레(Shonan Bellmare, 株式会社湘南ベルマーレ)’와 같은 클럽도 있다. 이 클럽 역시 매년 손익분기를 맞추는 정도로만 운영하는 사례이다. 이런 클럽들은 시민클럽의 한 사례이긴 하지만 기업적 색채는 좀 약하거나 배제하는 편인 경우이다. 이 형태가 성공하려면 지역사회의 축구 시장이 굉장히 강해야 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클럽의 성적이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게 매우 어렵다. 그런 것보다 축구 자체만으로도 만족한다면 지역의 작은 클럽들에게는 한국에서도 가능한 방법일 것이다.

서울유나이티드는 보다 강화된 기업 마인드의 시민클럽을 지향한다

흔히 신생팀들이 한국(아시아)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Manchester United)가 되겠다고 한다. 클럽의 영향력이나 부를 바라보고 하는 말이겠지만, 보다 면밀히 살펴보면 가장 기업화된 시민클럽이라 할 수 있다. 비록 시민주주(소액주주 또는 개인이라는 의미에서 Individual로 구분한다.) 소유지분이 18.58%(48,260,734주)이긴 하지만 전체 소유주 숫자에서는 96.59%(35,813명)을 차지한다.(2003 Annual Report) 이들이 중심이 되어 루퍼트 머독의 BskyB사 지분 확대를 통한 독점 시도에 맞서 경영권 방어에 성공한 사례도 있다. 1900만여 명의 팬베이스를 자랑하기도 한다. 라이벌인 리버풀이 보다 순수한 축구클럽을 지향한다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보다 상업적인 클럽이다.

서울유나이티드의 경우에는 지역 자체가 토착성이 부족하다는 특징이 있다. 연고 자체는 서울이지만 서울이라는 지역성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특별히 지역성을 부각하자면 오히려 탈지역적인 부분, 즉 글로벌한 국제도시라는 점이 서울이 가진 가장 큰 특징이기도 하다. 서울유나이티드는 이 특징에 초점을 맞추어 나갈 것이다. 따라서 본원적인 의미에서의 축구클럽에 국한시키는 쪽 보다는 보다 다양한 사업에 의해 클럽의 수익을 도모하는 형태를 지향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보다 강화된 기업마인드에 기초한 시민클럽이라고 할 수 있다.(계속)